<e-sports의 사교육: 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
게임, 더는 놀이가 아닌, 이제는 우리의 ‘문화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하나의 분야. 심지어는 사회 구성원이 하나의 집단을 이루어 게임을 e-sports(electronic sports 또는 cyber sports)라고 부르며 지하철이나 버스 등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연결망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기며 게임을 통한 직업 활동도 실현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최근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이 속 속이 생기는 등, 사교육으로 프로게이머를 양성하는 시대까지 맞이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번 글에서, 이러한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논하려 한다.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을 고찰하기 전,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려 한다.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e-sports에 대해 배우고 연습하는 장소이다. 단순히 말하자면 온라인 게임을 배우는 곳이다. 이곳의 수업은 크게 취미반과 기초반, 심화반으로 나뉜다. 취미반이나 기초반은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여가를 위해 등록하는 경우이고 심화반은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등록하는 경우이다. 심화반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수강생의 잠재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수강생의 실력이나 플레이 스타일, 팀 내에서의 영향력, 피드백 이후의 개선율 등 몇 개월간 여러 요소를 평가한 뒤 성공 실패 가능성을 판단하여 등록을 진행한다. 심화반에선 주로 각 게임의 이론 강의와 수강생의 게임 후 리플레이 영상을 분석하며 피드백 강의를 한다. 피드백 과정에선 개개인 수강생 스타일에 맞추어 맞춤형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세세한 상황마다 공격적 또는 방어적 플레이의 결정, 구매 아이템의 적절성, 상대 플레이에 따른 유연성 등이 주요 피드백 강의 내용이다. 또한 학원 내 수강생으로 이루어진 팀을 만들어 ‘팀플레이’라는 요소를 배운다. 이러한 강의들은 수강생의 실력을 크게 향상해준다.
그렇다면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은 어떠한 시각의 차이 때문에 논란의 여지를 가질까? 여기에는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 생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기성세대는 “게임을 왜 돈을 주면서까지 학원에 다니며 배워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반면, 신세대는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을 자신의 미래 직업이나 꿈을 이룰 수 있는 도약의 발판으로 여긴다. 이러한 세대 간 생각의 차이가 있는 이유는 기술과 문화의 발달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전자 통신 부문의 발전으로 인해 모바일 플랫폼 산업 시장이 형성되며 유튜브나 트위치, 아프리카TV 등 서로의 ‘게임 문화’를 공유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지난 12월 교육부와 한국 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이 발표한 ‘2018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방송진행자(BJ,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가 초등학생 희망 직업 5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는 기존에 없었던 ‘인터넷 방송진행자’ 직업이 최초로 순위권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자료이다. 특히 기존에 의사, 판사 등과 같이 기성세대가 희망했던 직업과 달리 유튜브 크리에이터, 프로게이머 등 정보 통신 산업, 특히 e-sport 산업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 자료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러한 변화로 미루어 볼 때, e-sports 전문 양성 학원도 아카데미적 성향이 있는 학원과 마찬가지로 필요성을 가진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그 필요성의 첫 번째 근거는 ‘실력 향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교육 외에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직업 훈련의 길이 마땅치 않다. 프로게이머는 단순 자신의 기량으로 대결하는 것 이외에 같은 팀원들과 협업하여 게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팀워크, 곧 협동심이라는 요소 또한 필요로 한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 공방(공개방, 열려있는 방)이나 빠른 대전(무작위로 게임 유저들이 팀을 이루어 게임을 진행하는 형식)으로는 개인의 기량뿐만 아니라 팀워크나 여러 요소를 훈련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은 실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필요성을 가진다.
두 번째 근거로는 ‘전문성’이다. ‘게임을 잘한다.’와 ‘게임을 잘 안다.’에는 큰 차이가 있다. 동네 친구들끼리 가볍게 게임을 하는 것에는 아마 ‘게임을 잘한다.’라는 문장이 더 잘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작게는 국내 e-sports 대회, 넓게는 국제 e-sports 대회에선 ‘게임을 잘 안다.’라는 문장, 곧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을 읽고 게임을 이끌어가는 능력의 중요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게임 자체를 이해하고 각 캐릭터나 아이템의 역할과 능력, 효과를 이해하며 넓게는 상대 팀의 전략을 꿰뚫는 능력을 각 게임 분야의 전문가들로 뭉쳐진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따라서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을 ‘단순히 돈을 내고 게임을 배우는’ 장소로 치부하기보다 ‘하나의 직업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마지막 근거로는 ‘경제성’이다. e-sports는 게임이라는 문화를 확장해 e-sports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뉴주에 따르면 ‘2018년 세계 e-sports 시장 매출 규모’는 약 9억 6백만 달러로 북미 3억 4천5백만 달러(38%), 중국 1억 6천4백만 달러(18%), 한국 7천3백만 달러(6%) 등 e-sports는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했다. 새롭게 개척되고 있는 세계 e-sports 시장이 한국 e-sports 시장 중심으로 흐른다면 그에 따른 경제적 가치는 한국 경제에 큰 호재가 될 것이다. 한국이 세계 e-sports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뛰어난 선수의 기량과 차별화되는 각 팀의 전략, 전술의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게임만 잘하는 시장이 되기보다는 게임을 재미있게 잘하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각 팀의 플레이 스타일과 전술, 전략이 다양하다면 분명 한국은 e-sports 시장에 있어 중심이 될 것이다. 이러한 e-sports 스타일이 발전시키기 위해선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의 역할이 강조된다. 바로 다양한 ‘배움의 장’이라는 기능이다.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하고 양성하는 수준 높은 전문가들과 그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주축을 이루는 학원들이 발전한다면 한국 e-sports 시장은 타 시장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것이며 세계 e-sports 시장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현대 사회는 개개인의 소득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조되고 있다. e-sports는 그 역할을 수행해 주기도 하며 취미생활을 보다 재미있고 수준 있게 즐기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기에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이라는 공급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것을 단순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개선되어야 한다.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은 한 사람의 취미 생활을 도와주고 한 사람의 직업을 영위하게 하는 공간의 역할을 하기도 하며 이러한 것들을 넘어 사회 구성원들의 내집단을 형성하거나 넓게는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 e-sports 전문 양성 학원을 단순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보거나 이 외에 단순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보단 하나의 문화와 산업의 형태로써 또는 한 사람의 생활 일부분으로써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정부와 각 지방의 지자체는 지역별 아마추어 대회나 e-sports 정규리그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이 동반된다면 분명 한국의 e-sports는 큰 발전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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